고광욱 유디치과 대표원장이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유디]지난달 30일 대법원이 내린 판결 하나가 이른바 `1인 1개소법`이라고 불리는 의료법 제33조 8항을 둘러싼 해묵은 논쟁에 다시 불을 지폈다. 이날 대법원은 "의료기관이 이중 개설로 인해 의료법을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의료인이 정당하게 진료를 행한 요양급여를 환수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 같은 결정에 그동안 소송 중이었던 수많은 네트워크 병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반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치과의사협회는 판결 내용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현재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인 1인 1개소법에 대한 위헌 법률 심판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중 개설 의료기관의 요양급여 지급을 둘러싼 논쟁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문제의 시작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대 초반 유디치과는 `반값 임플란트` 정책을 내세워 여론의 호응을 얻어 전국적으로 100개 이상의 지점을 신설했다. 그러나 이 같은 확장 움직임은 대한치과의사협회(치협)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2011년 대한치과의사협회장 선거에서는 `유디치과 척결`을 최대 공약으로 내세운 당시 김세영 후보가 이를 바탕으로 회장에 당선되기도 했다. 결국 유디치과 측과 치협 사이의 갈등은 격화됐으며 급기야 언론전과 소송전을 불사하는 `전쟁`으로까지 발전하게 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문제는 치과계의 밥그릇 싸움 정도로 인식됐다. 하지만 2012년 양승조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대표발의로 `반(反)유디치과법`으로도 불리는 `개정 의료법 33조 8항`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문제는 의료계 전체로 번져 나가게 된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 4차 산업의 첨단을 달려야 하는 의료계가 구시대적인 사고방식과 의료법에 가로막혀 전진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10여 년 가까이 치협과 유디치과 간 갈등의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치과 전문 컨설팅 기업 유디의 고광욱 대표는 긴 한숨을 내쉬며 얘기를 시작했다. 그에게 이번 대법원 판결의 의미와 전망 등에 대해 물었다.
―요양급여 환수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한 이번 대법원 판결의 함의는.
▷이중 개설 의료기관의 요양급여 환수 처분 취소 판결의 쟁점은 "`네트워크 병원에서 이뤄지는 의료행위가 `반사회적인 해악을 끼치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본래 이중 개설에 대한 내용이 담긴 의료법 33조 8항은 중범죄라기보다는 국민 보건 증진을 위해 행정적으로 규정해 놓은 정책법의 성격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의료법에서 이중 개설 의료기관은 분명 위법행위지만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이중 개설 의료기관에 대한 처벌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의료법 33조 8항을 통해 요양급여 환수를 주장하는 것 자체가 애초에 법률적 근거가 없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보공단은 `반사회적인 해악을 끼치는 경우`라는 조항을 근거로 네트워크 의료기관에 대해 환수처분을 강행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이 `네트워크 병원은 반사회적인 해악을 끼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1인 1개소법은 대체 무엇인가.
▷의료법 33조 8항, 즉 1인 1개소법은 1990년대에 최초로 만들어졌다. 당초 입법 취지는 `무자격자의 무면허 의료행위 방지`였다. 의사가 부족했던 당시에 의사 1인이 병원을 두 개 이상 개설하거나 진료 장소를 옮겨 다니게 되면 그 공백을 무자격자가 채울 수 있다는 우려였다. 이 법률에 대한 대법원 판례는 2002년께 정립됐다. 1인 1개소법의 취지는 무자격자의 의료 행위를 방지하는 데 있기 때문에, 의사 1인이 자신이 개설한 병원 내에서만 진료하고 있다면, 그 외 서로 자본을 투자하거나 경영에 관여하는 동업 관계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1인 1개소법은 `반유디치과법`이라고도 불린다던대. 그 이유는 무엇인지.
▷2012년 개정된 법안이 문제다. 대한치과의사협회가 양승조 의원과 힘을 합쳐 의료법 33조 8항을 바꿨다. `의료인은 2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는 법 조항에 `의료인은 2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운영 및 개설할 수 없다`라고 `운영`이라는 단어를 추가함으로써 의사들의 동업관계를 불법으로 규정했고 결국 2002년 대법원 판례를 깨는 데 성공했다. 유디치과 네트워크를 공격하고 와해시킬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입법 과정에서 치협이 후원금 쪼개기 방식으로 불법 로비를 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치협과 대립이 극심한데.
▷의료법 개정 이후 치협은 공식적으로 유디치과 척결이라는 구호를 들고나왔다. 입법의 목표가 유디치과를 망하게 하는 것임을 공식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한 이익집단이 밥그릇 싸움을 위해 수십억 원 자금을 들여 국회를 움직여 법까지 바꿨다. 현재의 1인 1개소법은 임플란트 가격을 고가로 유지하기 위한 치과의사협회의 그릇된 욕망의 산물에 불과하다. 그 이상의 어떤 공익적, 헌법적 가치도 없다.
―1인 1개소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이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이다. 이번 판결이 어떤 식으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하는지.
▷2016년 3월에 이 건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에서 공개변론이 열렸다. 당시 공개변론의 핵심 쟁점은 `네트워크 병원이 어떻게 공익을 훼손하는가`였다.
합헌을 주장하는 측은 과잉진료, 불법진료 등의 온갖 부정적인 단어를 나열하며 네트워크 병원이 파렴치한 집단인 것처럼 묘사했으나 결국 그 근거는 전혀 대지 못했다. 주장만 나열하지 말고 이를 뒷받침할 근거를 제시하라는 헌법재판관들의 질책에 합헌 측은 `업계의 평판`이라는 궁색한 변명밖에는 내놓지 못했다.
현재 1인 1개소법은 의사들 간 협력관계로 이뤄지는 네트워크 병원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이 법이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중 하나인 직업 선택의 자유를 명백히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합헌을 주장하는 쪽과 위헌을 주장하는 쪽 모두 동의하고 있다.
다만 합헌 측의 주장은 "네트워크 병원은 공익을 훼손할 수 있기에 일부 의료인의 권리가 침해되더라도 1인 1개소법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고, 반대로 위헌 측에서는 `네트워크 병원은 공익에 도움이 되는 면이 오히려 더 많기 때문에 현재의 1인 1개소법은 위헌이다`고 반박하는 것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러한 핵심 쟁점 사항에 대한 대답을 던져줬다. `네트워크 병원이 공익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해석할 수 있다. 공익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의료인들의 헌법상 기본권을 제약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위헌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바이오헬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 이런 정책 흐름에 1인 1개소법이 역행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바이오헬스 산업은 4차 산업혁명과 궤를 같이한다. 스마트 의료기기를 활용한 원격 진료가 대표적이다. 원격이라 함은 진료 장소의 분리를 의미하는데 이는 1인 1개소법에 저촉될 여지가 있다. 의사는 자신이 개설한 병원 안에서만 진료해야 하는데 원격으로 진료를 한다고 하면 수진자가 원격진료 장비가 설치된 다른 의료기관을 일단 방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의사가 진료 장소를 벗어났는지 아닌지가 시빗거리가 될 수 있다.
또한 바이오헬스 산업은 규모의 경제가 필수적이다. 의사들이 서로 협력관계를 이뤄야 감당할 수 있다. 그런데 이를 1인 1개소법이 막고 있다. 그러면 결국 기업의 자본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데 그게 바로 의료 영리화다. 의료 영리화를 막고 싶다면 기업이 아닌 의사들 스스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1인 1개소법이 다시 개정돼야 하는 이유다.
―네트워크 병원이 의료계에 도입된 이후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본격적으로 의료를 `서비스`로 생각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치과의사가 서비스업 종사자로서 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간 의사들은 환자 위에 군림했다. 환자를 고객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유디치과는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여러 가지 정책을 마련했다. 저렴한 진료비는 물론이고 유디치과를 방문한 환자들은 내원해서부터 진료를 마칠 때까지 `손님 대접`을 제대로 받는다. 기존 치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개념이다.
이것이 서비스 경쟁력이 돼 유디치과가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지금은 다른 모든 치과들이 유디치과의 시스템을 모방하고 있다. 진료비가 크게 낮아지고 치과의사들이 환자들을 고객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유디치과에서 시작된 치과계의 큰 변화다. 그러면서도 다들 유디치과를 비판한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 <용어 설명>
▷ 네트워크 병원(브랜드 병원) : 전국적으로 분포하며 같은 이름을 쓰고 진료기술과 마케팅, 그리고 의료서비스를 공유하는 의료기관. 네트워크 병원은 프랜차이즈와 유사한 개념이며 전국 120여 개 치과가 소속된 유디치과가 대표적이다.
![고광욱 유디치과 대표원장이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유디]](https://file.mk.co.kr/meet/neds/2019/06/image_readtop_2019_433037_15609036523791978.jpg)
고광욱 유디치과 대표원장이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유디]
